유명환 신임 외교부 장관은 29일 오후 제35대 장관으로 취임했다.
다음은 신임 외교부 장관의 취임사 전문이다
제가 본부를 떠난 지 1년 2개월 만에 다시 돌아와 여러분을 뵙게 되니 감개무량하고, 동시에 외교부 출신이 외교부장관을 맡은 데 대한 책임감이 무겁게 느껴집니다.
우선 그동안 외교부의 인력·조직 강화를 위해 많이 노력해 주신 송민순 전 장관님의 노고를 치하드리고, 조중표, 김호영 두 차관님께도 특별한 감사를 드립니다.
오늘 대통령께서 임명장을 주시면서 “우리가 경제 살리기에 중점을 두어야 하겠다”는 말씀을 강조하셨고, 제가 그 말씀을 들으면서 대통령께서 취임사에서 말씀하신 ‘글로벌 코리아, 글로벌 디플로머시’를 우리가 과연 어떻게 외교정책에 반영시키고, 우리가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앞으로 외교를 수행해 나가야 할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새 정부의 외교를 어떻게 이끌어갈 것인가와 관련해 제가 평소에 생각하던 것을 몇 가지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우선 생각하는 기조, 사고의 틀을 저 나름대로 세 가지로 생각해 보았습니다. 외교라는 것은 지속(continuity)과 변화(change)를 어떻게 잘 조화하느냐가 중요한데, 어떤 외교 사안에 부딪혔을 때 이명박 정부의 철학을 고려해 실리적, 실용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처음 장관으로 내정되었을 때, ‘창조적 실용주의’에 대해 생각하면서 이는 국익을 바탕으로 하되 그것이 편의주의가 되어서는 안되며 원칙에는 철저하면서도 그것을 이루어 나가는 데 있어서는 유연성을 가져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두 번째는 지난 정부에서도 많은 일을 했고 성과도 있었습니다만, 우리 외교가 대다수 국민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지, 대다수 국민들이 이해를 하는지, 국민과 떨어진 외교를 하는 것이 아닌지 하는 그런 느낌을 갖게 됩니다. 그래서 두 번째로 우리가 어떤 외교 사안에서 정책을 결정하고 추진할 때는 국민적인 컨센서스를 모으도록 하고, 컨센서스가 없을 경우에는 외교부가 좀 더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언론매체에도 나가서 얘기하고, 아웃리치 프로그램도 이용해서 국민들을 설득해서 국민들이 외교부가 국민을 위해서 움직이고 국민의 이익을 위해서 고민하는구나 하는 그런 인식을 심어주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앞으로 기회가 닿으면 여러분들도 국민들과 직접 대화하고, 언론을 통해 기고도 하고, 저도 장관으로서 가급적이면 이슈별로 생각을 담아 기고를 많이 해서 외교부가 국민들과 유리되어 있는 것이 아니고 항상 국민과 가까이 있는 외교부, 그래서 국민들이 외교부를 필요하다고 느끼고 외교부가 국민을 위해서 있는 부서라고 느끼도록 하고 국민의 지지가 없으면 그 외교는 힘을 받지 못한다는 그런 자세로 일을 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셋째, 우리가 세계 10위권의 국가가 되었으면 소위 글로벌 코리아 수준, 즉 우리의 수준과 품격을 높여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가 생각하는 차원도 높여야 하고, 인류보편의 가치, 즉 민주주의, 시장경제, 인권 존중 등을 바탕으로 한 국제협력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런 기조 위에 앞으로 빠른 시일내에 액션플랜을 만들어야 할 것이 몇 가지 있습니다.
우선 한.미 동맹관계를 강화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한.미관계를 볼때 그때 그때 하나의 이슈만 보아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정부에서 동맹 재조정문제에서 많은 업적도 있었지만, 국민들에게 한.미관계가 좋지 않다는 인상을 준 것과 관련해서는 우리 외교부가 한.미동맹이라는 것이 우리나라에 과연 무엇인가 하는 생각을 바탕으로, 한.미동맹을 미래에 어떻게 발전시켜 나갈지 숙고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한.미동맹이라는 것이 쉽게 얻어진 것이 아니고, 50년, 60년 가까이, 6·25와 월남전을 통해서 서로 피를 흘리면서 쌓아온 동맹인데, 이것의 가치가 과연 무엇인지에 대해 간단하게 생각해서는 안되며, 또 우리가 처한 지정학적 위치, 우리 역사에서 교훈을 배우면서 미래의 한.미동맹을 어떻게 발전시켜 나갈 것인지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두 번째는 ‘신아시아협력’, 쉽게 얘기하면 우리 주변국인 일본 및 중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발전시켜 나갈 것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우리가 한.미동맹관계를 강화하는 것이 중국과의 관계를 약화시키는 것은 아닙니다. 한.미동맹을 강화하는 것과 일본과의 관계를 개선하는 것, 중국과의 관계를 격상하는 것, 러시아와의 관계를 개선하는 것들을 제로섬 게임으로 보는 것은 냉전시대의 사고입니다. 냉전이 지난 지 벌써 20년 가까이 됐는데 아직도 우리가 주변 4강과의 관계를 제로섬 관계로 보아서는 안되며, 그렇지 않은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한반도와 동북아시아를 넘어 우리는 동남아시아에도 시야를 돌려야 합니다. 중앙아시아의 중요한 나라들과 유럽 등 전 세계를 보는 눈을 높이고, 아시아에서도 우리가 새로운 협력체제를 어떻게 촉진하고 그 속에서 공존하면서 협력관계를 강화해 나가느냐 하는 문제를 포함해, 일본, 중국, 러시아, 중앙아시아, 동남아시아 등에 대해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세 번째로 새 정부의 화두인 ‘경제 살리기’와 관련해 외교부도 조금 늦었지만 ‘에너지자원외교’에 역점을 두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에너지자원외교’는 지금부터라도 서둘러야 합니다. 유가가 배럴당 100불 이상으로 올라가고 그것이 즉각적으로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큽니다. 이제 자원전쟁이라고도 할 만한 엄청난 위기 상황을 앞으로 맞아 갈 것이므로 우리가 외교력을 동원해서 구체적인 액션플랜을 가지고 대응해 나가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네 번째로, 이제는 양자외교만 가지고 국제문제에 대응하기에는 우리 국력이 너무 커졌습니다. 우리의 유엔분담금도 세계 10위권 정도 되고 경제규모도 세계 12위권 내지 13위권에 이르고 있는데, 평화유지활동(PKO)과 공적개발원조(ODA) 등과 같은 문제는 더 이상 게을리 할 수 없습니다. 이미 대통령 취임사에도 평화유지활동과 공적개발원조라는 단어가 구체적으로 들어갔듯이, 글로벌 코리아를 만드는 데 있어서 이러한 기여는 필수 불가결합니다.
우리가 국제사회에서 존경받고 국가의 품격을 높이기 위해서는 다자외교를 통해야 하고, 기후변화협약은 당장 2009년까지 협상을 완료해야 하는데 외교부에 이런 분야에 대응할 수 있는 전문가가 얼마나 있는지 생각해 보면 조금 당혹스러운 생각도 듭니다.
여러분중에 이러한 분야를 많이 다루신 분도 계시지만 미리 앞에 무슨 일이 닥칠 것이라는 것을 예측하면서 창의적(creative) 또는 능동적(proactive) 자세로 앞으로 우리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이 매우 큰 문제들에 대해서는 우리가 좀 더 앞을 내다보고 조직적으로 대응해 나아가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다행히 이번 정부조직 개편에 기후변화담당대사실 설치가 확정되어서, 지금부터라도 우리가 서둘러 대응해 나가야 할 것으로 생각하고, 다자외교업무를 해오신 분들도 앞으로 중요한 임무가 많을 것으로 봅니다.
끝으로 제가 해외에서 공관장을 세번 역임했지만 700만 재외동포들은 우리의 자산입니다. 재외동포들을 어떻게 네트워킹해서 우리 경제발전을 위해 시너지효과를 내도록 하고 서로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할까 하는 문제도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지금은 1300만명에 달하는 많은 국민들이 해외여행을 하는 시대인데, 국민들의 해외안전을 확보하는 것이 우리 외교의 가장 중요한 업무중 하나가 되어야 합니다. 우리가 과거에는 이러한 문제에 대해 다소 인식이 부족했는데, 앞으로는 게을리 하지 않고 계속 신경을 써야 할 것입니다.
끝으로 여러분께 특별히 당부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제가 차관 취임때 비슷한 얘기를 했습니다마는, 제가 제일 중요시하는 것이 서로 화목하는 것입니다. 팀웍을 맞추고, 서로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상대방을 비하하거나 도외시하지 말고, 서로 존중하면서 협의해 나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민주주의가 한마디로 무엇인지 묻는다면 학문적 정의가 따로 있겠지만, 저는 "자신이 틀림없다고 확신한 것이 틀릴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아무리 확신을 가지고 옳다고 생각하는 것이라도 상대방이 아니라고 하면, 자신이 틀릴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서로가 상대방을 존중하고 협의하며 팀웍을 다져 나가는 것이 조직이 발전해가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제일 어려운 문제중의 하나가 인사문제일텐데, 외교부에서 35년간 근무하다 보니까 여기 계신 직원 한 분 한 분이 저와 인간관계가 없는 분이 없습니다. 모두 제가 장관이 되니 ‘아주 잘됐다, 내가 승진하고, 좋은 공관에 나가고, 좋은 보직을 얻을 수 있겠다’ 그렇게 생각하실텐데, 차관보 이상 간부자리가 5개도 채 안 되고 국장자리도 얼마 안 되어 사실 제가 다 그렇게 만족시킬 수 있는 것이 없어 많은 사람들이 실망하고 제가 인간적인 신뢰관계를 잃어버리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앞섭니다.
인사문제는 가급적 공평하고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들어 보고, 경쟁하던 자리에 어떤 사람이 발탁되면 자기와 비교할 때 그래도 참을 수 있는 정도는 되는 인사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며, 저 나름대로 최대한 그런 방향으로 노력하겠습니다.
자료제공:외교부 공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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