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의 양심 대변하는 ‘무인 아이스케이크 가게’
대만의 양심 대변하는 ‘무인 아이스케이크 가게’
주인이나 점원 없어도 손님들의 ‘무전취식’ 없어
  • 대한뉴스
  • 승인 2012.11.26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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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를 보면 열 가지를 알 수 있다고 했던가! 대만에서는 최근 주인이나 점원이 지키지 않아도 손님들이 알아서 돈을 내고 가는 ‘무인(無人) 아이스케이크 가게’가 있어 화제다. 이 가게는 대만 사람들의 의식과 양심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로 인식된다.

ⓒ주한국대만대표부

춘이쯔(春一枝)는 타이베이(臺北)에서 꽤 명성을 얻고 있는 아이스케이크 가게다. 춘이쯔는 올해 여름 대만 동부에 있는 타이둥(臺東)현 루예(鹿野)향에 분점을 열고 ‘춘이쯔루예(春一枝鹿野)76’이라는 간판을 내걸었다. 일손이 딸리는 터라 점원도 고용하지 않고 손님들이 알아서 아이스케이크를 골라 먹고 현금을 두고 가도록 했다.

이렇게 두 달이 지나는 동안 사장인 리밍황(李銘煌)씨는 돈을 내지 않고 간 손님이 한 사람도 없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더욱이 한 외국인 손님이 부주의로 가게에 두고 간 100만원이 넘는 카메라조차도 함부로 건드리는 사람이 없었다는 것을 알았다. 이 때문에 리밍황 사장은 자신이 택한 방법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더욱 자신하게 됐다.

리밍황 사장은 올해 여름휴가 기간 타이둥으로 와서 열기구를 타려는 사람들이 줄을 서는 것을 보고 타이둥 루예의 까오타이(高台)에 분점을 열었다. 가게 이름은 주소의 번지수를 따서 ‘루예76’이라 지었다.

“본래는 여름 휴가기간이 지나면 가게 문을 닫고 쉬려고 했죠. 그런데 전화를 걸어와 영업하느냐고 묻는 사람들이 정말 너무 많았어요. 그래서 계속 영업을 하려고 생각했죠.” 리 사장은 9월 한달 동안 타이베이 가게로 ‘루예76’ 분점의 영업 여부를 묻는 전화가 매일 20통 가까이 걸려왔다고 말했다. 그는 “어차피 많은 사람들이 가기를 원한다면 아예 모든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방해버리자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점원을 고용하지 않고 가게 공간을 그대로 개방해 모든 사람이 들어올 수 있도록 했다. 아침에는 아이스케이크를 만드는 사람이 책임지고 문을 열고 간단히 청소를 한 뒤 바로 떠난다. 저녁에는 이 사람이 다시 가서 청소를 하고 문을 닫는다.

계산대에는 돈을 넣는 통을 놓고 ‘성실과 믿음의 셀프 아이스케이크(誠信自助冰棒)’란 표어를 써 붙였다. 아이스케이크를 고른 뒤 가격에 따라 돈 통에 돈을 넣는 방식이지만 돈을 넣고 안 넣고는 완전히 손님의 뜻에 달린 것이다. 리 사장은 “당시 나는 손해를 볼 가능성이 있다고 이미 작정을 했었죠. 그런데 생각지도 않게 인간성의 선량한 일면을 보게 됐죠”라고 말했다.

리 사장의 말을 들어보자. “달리 한번 생각을 해봅시다. 모든 사람들이 아이스케이크를 먹고는 돈을 내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나는 견뎌낼 여력이 있어요. 게다가 손님들이 먹는 아이스케이크가 아무리 많다고 해도 점원이 없기 때문에 급여가 나가지는 않아요. 기왕에 그렇다면 돈 몇 푼을 위해 그렇게 고심할 이유가 어디 있겠어요?”

이렇게 영업을 하는 동안 한 외국인 관광객이 시가 100만원이 넘는 고급 브랜드 싱글렌즈 카메라를 부주의로 가게에 두고 간 일이 있었다. 거의 일주일이 지났지만 어떤 사람도 그 카메라를 건드리지 않았다. 이 일은 이곳 ‘성실 셀프 아이스케이크 가게’의 가장 아름다운 모범사례가 됐다. 결국에는 리 사장이 카메라 속에 있는 사진을 살펴보고 이 카메라 주인과 연락한 뒤 돌려주었다. 잃었던 물건을 되찾은 카메라 주인은 놀라움을 금치 못하며 연거푸 감사를 표했다.

리 사장의 따르면, 이 가게에서 파는 아이스케이크는 여름휴가 기간에는 매달 4,000여 개이고, 불경기 철에는 매달 500개 정도다. 리 사장은 가게에서 얻는 이윤보다는 ‘기쁨을 함께 나누는’ 느낌을 더욱 중시한다.

특히,리 사장은 타이둥의 환경을 아주 좋아한다고 말한다. 그의 말이 의미 있다. “억대의 돈을 투자해 가게를 열고 돈을 벌려고 한다면 아예 돈을 못 벌 수도 있어요. 기왕지사 그렇다면 일일이 따질 필요가 어디 있겠어요!

서기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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