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뉴스=이윤성 기자] 올해도 영화와 드라마, OTT 등 다양한 작품이 시청자와 관객을 만났다. 까다로운 대중의 눈높이에 부합해 큰 사랑을 받은 작품도 있는 반면, 선택받지 못하고 빠르게 잊힌 작품도 여럿이다. 상반기에는 영화 '범죄도시4', '파묘'와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 '눈물의 여왕', ’밤에 피는 꽃’ 등이 많은 사랑을 받았고, 하반기에는 '흑백요리사' 광풍이 시청자를 넷플릭스로 이끌었다. 영화, 드라마, 예능 등 여러 분야에서 1년 내내 좋은 활약을 펼쳤던 중앙그룹이 2024년 시청자와 관객을 사로잡은 작품들의 흥행 요소를 4가지 키워드로 정리해봤다.
▶ 불쌍한 빌런이 대세? '핵사이다' 응징으로 스크린 들썩
올해 영화계는 악(惡)을 속 시원하게 응징하는 '핵사이다' 주먹에 들썩였다. 천만 관객을 돌파한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영화 '범죄도시4'와 넷플릭스 비영어권 글로벌 1위를 3주간 지킨 클라이맥스 스튜디오 영화 '무도실무관'이 그 주인공. 두 작품 모두 통쾌한 액션과 빠른 전개를 앞세워 대중의 선택을 받았다.
두 작품은 사건 발단이나 갈등 전개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곧바로 악을 처단하는 사이다 구조를 갖췄다는 점에서 닮은꼴이다. ‘범죄도시4’는 무술감독 출신 허명행 감독이 복싱을 가미한 ‘마석도 표’ 액션을 커다란 극장 스크린에 걸맞게 효과적으로 연출했고, ‘무도실무관’ 역시 태권도와 검도, 유도 등 여러 격투기를 접목한 리얼한 액션과 타격감이 작품의 재미요소로 꼽혔다. 배우 마동석은 “범죄 오락 액션이라는 장르는 얼마나 재미있게 풀어나가느냐가 관건”이라며 “작품이 지루해지는 것을 경계했다”고 개봉 당시 인터뷰에서 밝혔다.
관객들이 내용에 몰입하고 대리 만족을 얻을 수 있도록 빠른 서사 전개를 택한 것도 시원한 액션을 강조하는 데 큰 몫을 했다. '무도실무관'을 연출한 김주환 감독은 "깔끔한 직구를 던져서 더 넓은 시청 층이 이해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서사를) 단순하게 갔다"고 밝혔다.
▶ 이븐하게 익힌 서바이벌… 안방극장 달군 계급 전쟁!
안방극장은 ‘계급 전쟁’이라는 옷을 입은 서바이벌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대표적인 작품이 넷플릭스 예능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이하 흑백요리사)과 티빙 시리즈 ‘피라미드 게임’이다. ‘서바이벌’은 여러 예능과 시리즈에서 이미 익숙한 장르지만 두 작품은 ‘계급’이라는 요소를 부각하며 팽팽한 긴장감을 극대화해 큰 호응을 얻었다.
‘흑백요리사’는 방영 전부터 ‘흑수저’와 ‘백수저’로 대비되는 ‘계급’ 구조 설정으로 눈길을 끌었다. 공개된 이후에는 셰프들의 탄탄한 실력과 음식에 대한 열정, 그리고 오직 ‘맛’으로 평가하는 공정한 심사기준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배배 꼬지 않은 편집과 압도적인 스케일의 세트, 참가자 섭외에 공을 들인 제작진의 노력 역시 시청자의 과몰입 요소였다. 흑백요리사의 제작사인 스튜디오 슬램 김학민 PD는 “제작 기간만 1년 2개월이 걸렸고, 섭외도 쉽지 않았다. 부담을 딛고 제작진만 믿고 출연을 결정해 준 100인의 요리사들에게 감사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흑백요리사’의 성과는 단연 두드러진다. 한국 예능 최초로 넷플릭스 글로벌 TOP10 비영어부문 1위를 3주 연속 기록했을 뿐 아니라, 하반기 내내 모든 화제성 지표를 싹쓸이했다. 특히 불황에 빠진 요식업과 유통업에 활기를 불어넣으며 웰메이드 콘텐트가 만들어내는 사회적 영향력을 실감케 했다.
필름몬스터가 제작한 ‘피라미드 게임’도 독창적이고 탄탄한 세계관 위에 더해진 신예들의 호연, 노련한 연출로 상반기 눈길을 끌었다. ‘피라미드 게임’은 학교 내 벌어지는 잔혹한 서바이벌 서열전쟁을 다룬 작품. ‘피라미드 게임’은 영국 대중문화 전문 매거진 NME가 발표한 ‘2024 최고의 K드라마 10선에 선정되었고, 영국 BBC는 ‘새로운 오징어 게임’이라며 극찬했다.
▶ “겁나 험한 것이 나왔다!” 한국의 샤머니즘으로 날아오른 오컬트
2024년은 오컬트 마니아에게 두고두고 기억될 해다. 2월에 개봉해 오컬트 영화 최초로 천만 관객을 돌파한 '파묘'와 티빙 다큐멘터리 '샤먼: 귀신전' 등 한국적 요소를 가미한 샤머니즘 작품들이 각광을 받았기 때문. 쇼박스가 배급한 ‘파묘’는 풍수지리와 무속인을 소재로 해 장르적 문턱을 낮췄고, 역사적인 소재를 여러 상징과 은유로 배치해 해석하는 재미를 더했다.
JTBC가 제작한 ‘샤먼: 귀신전’ 역시 귀신 현상으로 고통받는 실제 사례자와 무속인의 의식 과정을 리얼하게 담아내며, 한국 문화에 남아있는 샤머니즘에 대한 이해를 넓혔다. 특히 막연한 공포와 흥미의 대상이던 ‘굿’과 ‘무당’, ‘빙의’ 등의 소재를 가감 없는 연출과 사례를 바탕으로 진지하게 조명했다는 점에서 많은 지지를 얻었다. 이민수 PD는 “한국에서 실제로 샤머니즘이 작동하는 세계가 있는데 여태 왜 그것을 드러내지 못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있었다. 우리나라 전통적 신앙이나 전통 무속에 대해서 한번 파고 들어가 보자”는 기획 의도에서 작품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 ‘회귀물’, ‘변신물’, ‘히어로물’까지... '몰입형 판타지' 장르 각광
드라마 시청률로 본 올해 1위 작품은 단연코 tvN '눈물의 여왕'이다. '눈물의 여왕'은 탄탄한 각본 위에 주연 배우의 호연으로 최고 시청률 24.9%를 기록하며 높은 인기를 얻었다. 하지만 장르로 한정해 눈을 돌려보면, 올해 드라마 시장은 전반적으로 '몰입형 판타지' 장르가 높은 화제성을 기록했다. tvN '선재 업고 튀어', ‘내 남편과 결혼해줘’, JTBC '낮과 밤이 다른 그녀', ‘히어로는 아닙니다만’이 대표적이다.
‘선재 업고 튀어’와 ‘내 남편과 결혼해줘‘는 여자 주인공이 과거로 돌아가 인생 2회차를 사는 회귀물이다. 과거를 바꾸면 미래도 바뀐다는 타임슬립 장르와 로맨틱 코미디 장르를 적절히 섞어 많은 공감과 사랑을 받았다. 두 작품 모두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는 서사로 방영 기간 내내 온라인 화제성 최상위 랭크를 꾸준히 기록했다.
'낮과 밤이 다른 그녀'는 20대에서 갑자기 노년타임에 갇혀버린 취준생이 연쇄 실종 사건의 전말에 다가가는 과정을 몰입감 있게 다뤘다. 이 과정에서 50대 인턴을 한 주인공이 높은 능력치로 사무를 처리하고, 위기를 극복하는 모습을 통해 시청자에게 공감의 웃음과 대리만족을 안겨주며, 시청률, 화제성 등에서 호성적을 거뒀다.
이에 앞서 방영된 '히어로는 아닙니다만' 역시 능력치를 잃어버린 히어로 가족이 각각 본인의 능력을 찾아가는 이야기로 '신선한 K-히어로물'이라는 호평을 얻었다. 우울증과 불면증, 비만 등으로 사라진 능력들을 하나하나 되찾아가는 이야기는 현실을 사는 시청자에게 잔잔한 공감과 위로로 다가갔다. 작품을 연출한 조현탁 감독은 "'히어로'라는 단어에서 느껴지듯 판타지적 요소를 가지고 있지만 굉장히 현실적인 이야기를 그린다. 판타지와 현실이 충돌하며 만들어내는 케미스트리가 이 작품만의 독특한 매력"이라고 평했다.
▶ 옹고집 제작자의 시대는 끝... 민감한 관객 동향 살펴야
중앙홀딩스 커뮤니케이션담당 조성진 상무는 “코로나 팬데믹과 OTT 시장의 급성장 등 그간 콘텐트 시장에 여러 변화가 있었다. 근래에 대두된 ‘OTT 오리지널이 채널 시리즈보다 높은 화제성을 기록한다’는 이야기도 2024년엔 통하지 않았다”며 “이제는 흥행 보증 배우, 제작비 규모, 고집스러운 작가 정신보다 관객과 시청자가 작품에서 기대하는 바를 얼마나 충족시켜줄 수 있는 지가 가장 중요한 흥행 기준이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앙그룹 계열의 SLL, 플러스엠, JTBC는 올해 '범죄도시4', '무도실무관', '흑백요리사', '샤먼: 귀신전', '낮과 밤이 다른 그녀', '히어로는 아닙니다만' 등 다양한 영화와 예능, 다큐멘터리, 드라마를 제작해 큰 사랑을 받았다. 앞으로도 전 세계가 주목하는 K콘텐트 명가로 자리 잡기 위해 시청자가 관심 있어 하는 이야기는 무엇인지 항상 귀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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