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에 도전, “목재창호도 융합기술 필요”
박사에 도전, “목재창호도 융합기술 필요”
2010 목재창호 명장 K2ID 권혁율 대표
  • 대한뉴스
  • 승인 2010.09.02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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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뿐인 기능한국-기능인 정부지원책 절실

자녀교육, 재능과 좋아하는 분야로 밀어줘야 행복


“정말 기쁩니다, 명장은 3수만에 선정되는 영광을 얻었습니다. 먼저 부모님께서 제게 이런 재능을 주신 것에 감사 드리구요. 그리고 그동안 말없이 뒷바라지 해주고 생활이 어려워도 참고 견뎌준 아내와 아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해 주고 싶고, 이 길을 걷는 많은 후배들에게 용기를 불어 넣어 줄 수 있어서 무엇보다 기쁩니다.”


K2ID 권혁율대표(사진 左)는 주위 사람들이 ‘명장은 내가 된 게 아니라 집사람이 된 것’이라고 말한다며 너털웃음을 짓는다.


권혁율 명장은 목재창호 분야 경력이 올해로 32년째다. 상호가 독특한데 권 명장이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 김모씨와 함께 시작하면서 붙인 이름이란다. 현재는 혼자서 목재창호업을 하고 있다.


권 명장은 사회 첫발을 디딘 곳은 삼익가구로, 그는 이곳 설계실에서 13년간 근무했고, 이후 성원건설 건,가구 공장에서 공장장으로 일한 경험이 있다. 권 명장은 이때 자신의 경험을 살려 대량 생산라인 설비 레이아웃을 담당하면서 ISO 9002, KS 인증을 주도 했다고 소개했다.


이후 권 명장은 목재창호 분야의 기술개발에 관심을 높여 지금은 특허 3개를 비롯, 실용신안 4건, 디자인 등록 3건 등 10개의 지적소유권을 가지고 있는 발명가이기도 하다.


선배 찾아오는 것이 한없이 부러웠던 시절

권 명장이 국가대표 선수시절 합숙훈련을 할 때 다른 직종의 선수들은 선배들이 찾아와 기술지도와 경험담을 들려주는 모습을 보고 얼마나 부러웠는지 모른다고 토로한다. 그래서 자신만은 후배들에게 선배없는 서러움을 겪지 말게 하자는 각오가 32여년을 기능올림픽 사업에 미쳐 살았다고 한다.

제24회 국가기능올림픽 국가대표선수시절 카퍼레이드 사진

2009년에는 국제심사위원 3번만에 제40회 국제기능올림픽대회 실내장식 직종에서 권 명장이 지도한 선수가 금메달을 획득한 쾌거를 잊을 수 없다고 한다. 권 명장이 선수시절 은메달에 머물렀던 아쉬움을 32년만에 후배 선수를 통하여 이뤄졌기 때문이다.

12여년은 후배취업과 뒷바라지에 열중 했고, 20여년은 각종기능대회 심사와 출제위원으로 활동 했으며 2005년부터는 실내장식 직종 국제심사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국제대회가 있는 해에는 합숙훈련 선수지도에 신경을 쓰다보면 사업쪽에 소홀해지기 마련이다.

권 명장은 “이제 명장으로 선정되었으니까 앞으로는 대외 활동 못지않게 사업에도 충실 하려고 한다”고 토로한다.


권 명장은 자신이 명장이 됐다고 해서 공부를 게을리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는 평생동안 꾸준한 평생학습을 주장하고 있다.


“어떤 분야에서 최고가 되려면 이론적 뒷받침은 돼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이제는 학문적 완성을 위하여 목재창호에 관한 저서를 남기는 일과 학문적 최고 과정에 도전해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요즘은 모든 기술이 융합되고 있습니다. 자동차는 물론 모바일, 태양광등 첨단기술도 모두 융합돼서 집약기술로 발전하고 있는데 목재창호라고 해서 단순히 목 재료만 고집해서는 더 이상 발전하기 어려울 것이라 생각합니다.


고급기술일수록 기술/기능의 경계를 넘어 더 넓게 생각하고 변화하려는 사고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물론 우리 같은 경우 규모는 작지만 고가품 위주로 생산하니까 작업수량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국제심사위원들과 함께 ‘찰칵’

그러나 고가품도 대량생산이 가능하다면 제작원가도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리되면 다른 목재창호업체와도 경쟁이 가능하다. 하지만 일차적으로 시설 등을 갖출 재원이 문제다. 따라서 정부나 지자체에서 적극 지원해 준다면 얼마든지 대량생산시설로 생산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특허 3개를 비롯, 실용신안, 디자인 등 10개 보유한 발명가

권 명장은 32년간 목재창호업을 이어오면서 여러 가지 제품들을 고안해 냈다. 그중 대표적인 작품중 하나가 숯을 내장한 기능성 도어(門)다. 특히 숯은 활성탄을 이용하므로 공기정화능력이 뛰어나고 음이온이 발생하는 등 인체에 유용한 기능이 있어 고급기능재로 알려져 있다.


그렇긴 해도 현실은 너무 동떨어져 있다. 목재창호는 가르치는 교육기관도 없거니와 산업현장의 변화로 전문건설업상의 목재창호가 실내건축공사업으로 흡수됐다. 자격증 역시 수검생의 수요감소로 건축목공에 통폐합됐다. 그런데 현재 유일하게 목재창호가 남아있는 제도가 명장선정 직종으로 남아 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이 분야를 더욱 지켜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70년대말 기계공고의 출현과 금오공고, 정수직업훈련원 같은 훌륭한 기능교육기관이 생기면서 우수한 학생들이 공업계 학교에 진학해 산업현장에 진출한 결과 오늘날의 산업기반을 다졌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오늘날의 전문계고의 현실은 안타깝기만 합니다. 실기교육과 취업교육에 중점을 둬야 된다고 생각하지만 실기 실습은 점점 사라져 가고 첨단직종, 서비스분야 진학 등 한쪽으로 쏠림 현상이 심각해 제조업 산업현장에서는 구인난에 허덕이고 있죠. 하루빨리 전문계고 본연의 교육을 되찾아 산업현장에서 요구되는 교육이 이뤄지기를 기대해 봅니다.”


사회흐름에 그렇게 흐른다면 이 같은 흐름도 막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정부와 언론이 합세해 끊임없이 인재를 개발하고 홍보 한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권 명장은 32년간 목재창호 분야를 일해 오면서 나름대로 봉사활동도 꽤 많이 했다. 그러나 가난한 목재창호업자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자신이 지닌 재능뿐이니까 재능으로 봉사한다.


“뭐, 많이 했냐고 물으신다면 많이 했다고 할 수도 있죠. 돈을 못 벌었으니까 돈으로 기부할 수는 없고, 다만 우수한 기능을 지녔으니까 기능 기부는 가능합니다. 특히 사회복지 분야 일은 많이 해 왔습니다.


해비타트(habitat-무주택 가구에게 집을 지어주는 운동) 분야는 제가 할 수 있는 사회봉사의 일붑니다. 실제로 일해주고 동참해 주면, 기부 받는 쪽에서도 고마움을 느낍니다. 이 같은 일은 단순히 돈으로 환산되지는 않습니다.”


이와 더불어 권 명장은 젊은이들의 열기가 의외로 뜨겁다고 말한다.


“전국기능경기대회 등이 열리면 각 지방 공고마다 참가하려는 열의는 대단합니다. 하지만 지방이다 보니 정보도 부족하고 우수한 교사도 부족해 교육환경이 열악한 편입니다.


제가 직접 현장 학교를 찾아 지도도 하는데 이런 일은 학생자신이 좋아서 하지 않으면 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보람도 많이 느낍니다. 학생들이 우수한 성적으로 입상하면 학생자신도 기쁘고 가르친 저도 기쁘죠. 아마도 그 맛에 살아온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권 명장은 어렸을 때 중학교를 4㎞나 걸어서 다녔단다. 가방도 없어서 책 보따리를 등 뒤로 둘러매고 운동화 대신 검정고무신을 신고 다닌 기억이 훤하단다. 하지만 그런 어린 시절의 경험이 교훈이 되고 어린나이에 독립심도 길러줬다는 생각에 지금의 어려움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저는 어려서부터 원체 고생을 많이 해서 지금 같은 고생은 고생도 아니라는 생각을 합니다. 물론 이 같은 고생을 자식들에게까지 물려줄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만…, 그리고 저는 기술이 아무리 좋아도 우선 사람이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부모님으로부터 받은 재산은 없지만 그래도 튼튼한 몸을 주시고 이처럼 뛰어난 재능을 주신 것에 대해선 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명장선정제도·기준 더 보강해야

권 명장은 현재의 명장제도에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한다. 예전에는 각종 기능경기대회를 열어 입상한 사람들에게 명장칭호를 부여했는데 기능경기대회 출신들의 잔치라는 쏠림현상 때문에 이 같은 제도가 없어지고, 명장심사 기준이 서류심사로 대체되는 바람에 실제 그 사람의 기능이 어느 정도인지 정확히 알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서류만으로 명장이 된 사람도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고 한다. 그렇다면 명장심사는 서류 반, 기능 반으로 병행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권 명장은 명장으로 선정됐지만 이쪽 분야는 아는 사람도 별로 없어 제대로 알아주는 사람도 별로 없다고 한다. 물론 목재창호는 전통창호만이 아니다. 권 명장은 전통을 가미한 모던 스타일의 작품 세계를 인정받은 현대창호 전문가이다.


“명장이 됐으니까 우선 나무를 이용한 모든 맞춤을 연구하는 목재가공분야에도 도전해 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후배들에게 좋은 일자리도 구해주고 싶고, 공방운영도 해보고 싶고, 시민들을 위한 생활가구 만들기 주말반 운영, 취미교실 운영도 해보고 싶습니다.

제40회 국제심사위원으로 활동하던 당시 권명장이 가르쳤던 선수가 금메달을 수상하면서 함께 찍은 사진

특히 주말에 가족들과 함께 생활가구를 직접 만든다든지 그런 교육적, 생활적 토대가 마련됐으면 합니다.”

권 명장은 정부의 기능장려금도 장려금이지만 이런 분야 종사자들에게 더 필요한 은 창업관련 지원책이라고 말한다. 정부에서 어렵다면 지자체에서도 충분히 지원해 줄 수 있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국제기능올림픽대회에서 25번 참가하여 16번의 종합우승을 한 전무후무한 기능 강국입니다. 그러나 기능 선진국으로 가기에는 아직도 넘어야할 산이 많습니다. 기능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나 경시풍조 등은 빨리 청산되어야할 병폐일 뿐 아니라 스포츠나 예술분야처럼 기능올림픽 입상자들도 스타대접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와 언론이 중요한 역할을 해줘서 적극적으로 홍보해주고 스타화시켜줘서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기술, 기능도 열심히만 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본보기가 되어야 합니다.


요즘 폴리텍 대학 등 여러 산업대학들이 있지만 학부모들은 그런 대학을 쳐다보지도 않습니다. 자기 자녀만큼은 무조건 일류대학, 높은 교육만 시키려 듭니다. 이는 잘못입니다. 자녀의 적성과 능력에 맞는 교육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녀가 재능을 살려서 정말로 좋아하는 직업을 택하는 것이 자녀의 행복일 뿐 아니라 국가를 위해서도 좋은 일입니다.


진정한 기능한국이 되려면 기능인들을 우대하고 각 분야의 장인들을 발굴하는 한편, 우리 정부도 일본처럼 정부지원금으로 지원해줘서 그 기능이 사라지지 않고 대대로 전수되는 그런 풍토가 마련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권혁율 명장 약력

- 정수직업훈련원 목공예공과 4기졸업

- 호남대학교 건축공학과 졸업

- 삼익가구 설계실 과장 근무

- 제24회 국제기능올림픽대회 창호직종 은메달 수상

- 철탑 산업훈장 수훈

- 대통령 표창 수상

- 건축목재 시공기능장

- 국제기능올림픽 실내장식직종 국제심사위원

- 2010년 대한민국 명장 선정

- 현, K2ID 운영중

권혁빈 황미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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