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에서 두뇌 유출은 대만의 지속 가능한 발전에 가장 경각심을 불러 일으키는 위협 요소의 하나로 떠올랐다. 대만 정부는 이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계획들을 발표했지만, 민간분야 역시 뛰어난 자질을 가진 전문가들을 위한 보다 매력적인 환경을 창조함으로써 책임을 나누어 가질 필요가 있다.
최근장웨이닝(蔣偉寧) 대만 교육부장은 미국 서부해안 지역을 시찰하고 돌아온 뒤 우려되는 논평을 내놓았다. 논평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지역 주요 대학에 재직중인 대만 출신의 젊은 교수들 수가 이전보다 크게 줄었다. 장웨이닝 교육부장은 해외의 각종 교육기관에서 고등학술연구를 추구하는 대만 학생들의 수도 줄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외국에서 교육받은 학자와 연구원의 수가 줄고 있는 것은 대만의 미래 발전에 좋지 못한 징조”라고 우려했다.
ⓒ주대만대표부
장웨이닝 교육부장의 견해에는 신주(新竹)시 소재 국립청화대학의 예밍취앤(葉銘泉) 부총장도 동의했다. 예밍취앤 부총장은 대만이 1970년대와 80년대 전세계의 기술강국으로 부상하는 데는 외국에서 돌아온 학생들이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만이 차세대 국제경쟁에서 뛰어난 역량을 발휘하는 것을 돕기 위해서는 대만 대학졸업자들이 보다 국제화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대만 행정원 관중민(管中閔) 정무위원(장관급)은 8월 개최된 행정원 기술자문위원회 회의에서 “인적자원은 대만의 국제경쟁력의 기초”라고 말했다.
관중민 정무위원은 “우리가 인재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보다 공격적인 대책을 취하지 않는다면 대만은 조만간 2류, 또는 3류 국가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관중민 정무위원에 따르면 현재의 상황은 여러 가지 요소에 기인하고 있다. 여기에는 질 높은 피고용자에 대한 심각한 수요공급 격차가 포함된다. 아울러 비즈니스 분야와 연계되지 않은 경직된 교육체제, 국제적인 전문가들을 대만으로 끌어오는데 실패한 것도 포함된다.
관중민 정무위원은 대만에서는 매년 30만 명에 가까운 대학졸업자가 배출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통적 분야와 첨단기술 분야를 막론하고 업계에서는 대학졸업생들이 그들의 수요를 충족시킬 수 없다고 불평하곤 한다. 대학졸업생들은 괜찮은 직업을 구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회에서는 일반적으로 젊은 세대가 국제적 안목과 전문적인 기술을 갖고 있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관중민 정무위원은 “모든 사람들이 불평하고 있을 때는 뭔가 잘못되고 있음이 틀림없다”고 말했다.
행정원 국가과학위원회 주찡이(朱敬一) 주임위원(장관급)도 최근 국가안보위원회 자문위원회 회의에서 상황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주찡이 주임위원은 “다른 요인들과 더불어 대만의 낮은 임금이 가장 유능한 사람들로 하여금 대만을 떠나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동시에 대만은 외국으로부터 기술인력을 충분히 유치하지 못하고 있다. 그는 “대만은 인재 순유출국이 되었다”고 말했다.
주찡이 주임위원은 이러한 상황을 만든 주요 원인 중 하나는 외국인 전문가들에 대한 대만의 비우호적인 환경이라고 말했다. 여기에는 최고의 전문가를 채용하는 것을 거의 불가능하도록 만들고 있는 엄격한 출입국관리법이 포함된다. 과거 10년간 대만에서 일하고 있는 45만 명의 외국인 중 40만 명 이상이 육체노동자이며, 약 2만 명이 영어교사이다. 주찡이 주임위원은 “이러한 사람들은 대만의 혁신과 번영을 도울 수 있는 기술인력 부류에 속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문제는 너무나 충격적이라 비슷하게 기술인력 유출을 겪고 있는 싱가포르의 산무가란트남 타르만 부총리 겸 재무장관이 대만의 예를 들어 경고할 정도가 됐다. 타르만 부총리는 올해 4월 싱가포르가 외국인 전문가들에게 빗장을 걸어 잠근다면 “대만처럼” 될 위험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타르만 부총리는 또 대만의 임금 저하는 대만의 인재유출에 따른 결과라고 생각한다.
장웨이닝 교육부장은 “교육부는 이러한 상황을 되돌리기 위해 인재육성에 관한 대만 최초의 백서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행정원도 관계부처에 지시해 전략적인 육성이 필요한 분야에서 인재개발 프로젝트를 실시하도록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들 프로젝트는 출입국관리법과 노동관계법 개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대만의 한 패널 회사에서 연구개발(R&D) 분야 매니저로 일하는 C.C.창은 다른 견해를 제시했다. 그는 대만은 여전히 최고의 R&D 전문가들을 위한 뛰어난 양성소라고 말했다. 그는 다년간의 인재채용 경험을 바탕으로 “보다 심각한 문제는 기술인력이 소수의 첨단기술 기업에 과도하게 집중된 데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대만의 일반적인 저임금 상황에서 HTC(전자), MediaTek(반도체), TSMC(반도체)와 같은 대기업들은 후한 보너스를 제공하며 매년 대만의 최고급 대학졸업자 대부분을 낚아채버린다. 반면 대다수 다른 기업들은 새로운 피를 수혈할 수 없게 된다.
C.C.창은 “이러한 불균형은 대만 경제의 전반적인 발전에 좋은 전조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이것은 민간분야에 책임이 있는 문제이지 정부에 있는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많은 관측통들은 대만의 인재유출을 중국이 경제대국으로 부상한 데 기인한 것으로 본다. 최근 한 타이베이(臺北) 소재 리크루트 회사의 조사에 따르면, 대만 응답자의 77%는 중국에서 일하는 것을 보다 좋은 직업적 발전과 보다 많은 국제적 경험을 쌓는 기회로 보고 있다.
창위위(29)는 세계적인 다국적 홍보회사의 상하이(上海) 지사에서 일하고 있다. 대만과 싱가포르, 영국에서 공부한 그는 중국에서 보다 높은 비즈니스 학위와 직업을 추구하기로 결정하기 전 대만의 한 병원에서 잠시 일한 적이 있다.
그는 “대만의 인재유출에서 중국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문제는 대만 자체, 특히 민간분야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보기에 대만과 중국의 취업시장에서 가장 큰 차이는 급여와 각종 혜택에 대한 전망에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에서는 높은 성취를 이룬 사람에게는 큰 보상이 주어질 뿐 아니라 기업들은 인적자원에 매우 기꺼이 투자하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대만 기업들은 자질이 있는 직원들을 구할 수 없다고 불평하면서도 높은 급여를 제공하거나 고용습관을 바꾸는 것은 여전히 꺼려한다”고 지적했다.
창위위는 대만 출신 전문가들이 업무태도와 자립적 능력, 창조적 사고에서 여전히 높은 수준을 보이는 것으로 생각한다. 이러한 자질은 많은 아시아의 고용주들이 매우 원하는 것이다. 그는 “중국에서 일하는 대부분의 대만인들은 적절하게 대우를 받는다면 기꺼이 고향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대만 기업들은 직원들을 단순히 비용절감 계획의 소모품으로 보기보다는 사업성장을 도울 수 있는 자산으로 볼 필요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서기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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