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절감 없는 에너지 개발은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격
뛰어난 단열효과에 전자파 차단까지, 공업·농업용도 연구중
(주)일신산업 송정곤 대표(左사진)는 이날 시상식에서 “정부의 저탄소 녹색성장을 새로운 비전의 축으로 제시하면서 모든 국민들이 에너지절약과 지구 살리기를 외치고 있지만 에너지절약에 있어 제일 중요한 것이 신재생에너지와 함께 고효율 단열재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개발에만 집중하고 생산한 에너지를 모으고 아끼는 기술인 고효율의 슈퍼단열재 개발에는 중추적인 역할을 하기 보단 오히려 등한시한 게 사실”이라며 “앞으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함께 더 잘하라는 뜻으로 저희와 같은 지역 업체에게 상을 준 게 아닌가 생각 한다”며 수상소감을 밝혔다.
본지는 ‘신재생에너지+고효율단열재’를 주장하며, 에너지를 획기적으로 절감하고 있는 미래형 기업 (주)일신산업이 주장하는 Low-E 단열재가 무엇인지, 어떻게 하면 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고효율의 단열을 할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송정곤 대표를 만났다.
Passive house란 '수동적(passive)인 집'이라는 뜻으로, 능동적으로 에너지를 끌어 쓰는 액티브 하우스(active house)에 대응하는 개념이다. 송대표는 액티브 하우스는 태양열 흡수 장치 등을 이용해 외부로부터 에너지를 끌어 쓰는 데 비해, 패시브하우스는 집안의 열이 밖으로 새나가지 않도록 최대한 차단함으로써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고도 실내온도를 따뜻하게 유지한다고 설명했다.
패시브하우스의 핵심기술은 고효율단열, 고효율창호, 고기밀설계, 열교환환기장치, 내외부차양장치, 등이다.
현재 국내의 모든 건축 시스템이 패시브하우스의 수준만 되더라도 에너지절약을 70~80%까지 가능하다고 한다. 그러나 기본적인 단열 조치가 안 돼 있는 현 상황에서 신재생에너지 개발과 적용에만 몰두한다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일 수밖에 없다. 즉, 건물이 에너지를 적게 쓰도록 고단열 구조로 해놓고 그래도 모자라는 부분을 신재생 에너지로 충당해야 한다는 것이 송대표의 생각이다.
'Low-E 단열재' 란?
Low-E 단열재(Low-Emissivity Insulation)란, 열을 흡수하지 않는 높은 반사율(0.97)과 열을 방출하지 않는 낮은 방사율(0.03)을 가진 반사형 알루미늄단열재와 폴리에틸렌폼을 그물망형태로 타공한 원단을 적층하여 단열재 내에 자체 반사공기층을 형성시킨 고효율의 단열재로, 반사공기층과 면하는 알루미늄표면의 복사열차단기능과 함께 독립된 공기셀의 전도열, 대류열 차단기능을 복합하여 만든 고성능 슈퍼단열재다.
▲ 왼쪽부터 공장 외부에 설치하여 진행중인 단열재 비닐하우스, 단열재 Low-E포크니. ⓒ대한뉴스
고순도의 알루미늄박판은, 적외선상태로 공기중으로 이동하는 복사열을 거의 완벽하게 차단하는 한편, 타공된 폴리에틸렌 폼으로 만들어진 독립된 공기셀로 인해 전도와 대류에 의한 열전달도 동시에 효과적으로 차단한다.
일신산업이 개발한 Low-E 단열재는 기존의 부피단열재인 스티로폼이나 유리섬유 우레탄 등에 비해 물성이 부드러워 시공성이 우수하고 두께가 얇아 공간 활용도를 넓힐 수 있으며 기존 부피단열재의 단열성능 대비 두께를 절반이하로 줄이고도 동일한 단열성능을 발휘할 수 있다. 또한, 제품 생산 공정에서도 화학본드를 사용하지 않는 열융착방식을 적용하여 HCHO, TVOC 등을 방출하지 않는 제품을 생산하여 최우수 등급의 친환경건축자재인증을 받았다. Low-E 단열재의 건물에너지 절약효과로 인해 에너지사용량 감소와 함께 CO₂발생량을 줄일 수 있어 저탄소 녹색성장을 이끌어갈 친환경 단열재로 인기가 높다.
뿐만 아니라 가격경쟁 면에서도 우수하다. 현재 국내에 수입되고 있는 고효율 단열재 '에어로젤'의 경우, 내화성이 매우 뛰어나 사용가능 온도가 영하200도에서 영상650도로 매우 폭넓게 사용할 수 있으며 단열성 또한 매우 뛰어나 기적의 단열재로 알려져 있으나, 일반 단열재 보다 가격이 20배가량 비싸 건축용단열재로 적용하기에는 가격부담이 너무 큰 것이 사실이다.
이에 비해 Low-E 단열재는 '에어로젤'보다 내화성은 다소 떨어지지만 단열성은 에어로젤과 동일한 수준이며, 가격 면에서는 에어로젤의 1/20로 일반 단열재와 비슷하여 국내는 물론 세계시장에서도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송대표는 Low-E 단열재 개발을 위해 지난 2005년도부터 연구를 시작, 밤낮으로 매달렸단다. 게다가 국내에선 알루미늄소재를 이용한 단열재에 대한 논문이나 자료도 거의 없었던 시기였다. 연구 자료도 어쩌다 하나씩 나타날 뿐이어서 송대표는 단열재를 보고 배우며 학습할 곳이 없었기에 연구개발도 늦어졌고 시간도 오래 걸렸다고 토로한다.
그에 비하면 지금은 단열재 연구가 쉽다. 논문과 기술도 정리가 됐고, 학계와 민간 건설사에서도 송 대표의 기술과 제품을 인정하고 있으니 말이다.
실제, 알루미늄소재는 복사열차단재로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하지만 알루미늄 자체만으로는 단독으로 사용할 수가 없어 다른 소재와 함께 사용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Low-E 단열재는 단독으로 사용하여 고효율을 요구하는 패시브하우스나 제로하우스에 적용가능하다.
그렇게 시간과 노력을 들여 힘들여 개발했음에도 시장의 반응은 싸늘했다. 하지만 송대표는 자신이 개발한 제품에 자신이 있었다. 건축박람회출품과 건축사사무소나 건설회사 등 어느 기업이든 찾아가 열심히 Low-E 단열재의 우수성을 홍보하면서 시간이 흐르자 시장에서도 일신산업의 Low-E 단열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Low-E 단열재의 시장은 무한히 넓다. 국내의 경우, 공공청사를 비롯, 철도차량 등도 에너지 효율 1등급을 받아야 하고, 새로 형성되는 신도시의 경우에도 반드시 에너지 효율 1등급을 받도록 정부가 단열강화 조치를 취하고 있으며 2011년에는 건축법규의 단열기준도 대폭 강화되기 때문이다.
“에너지 효율 1등급을 받기 위해선, 여러 가지 요소기술들이 적용되어야 하며 그중 고효율단열재는 필수요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일반 스티로폼의 경우 두께가 보통 200mm이상을 사용해야 합니다. 그렇게 두꺼운 스티로폼을 쓰게 되면 시공상의 문제뿐 아니라 사용면적축소 등 여러 문제가 발생하죠. 따라서 자연히 부피를 줄이고 단열성능을 높이는 고효율 단열재를 찾을 수밖에 없죠.”
“열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이동하고 단열재는 그 열의 이동을 제한하는 것입니다. Low-E 단열재의 고반사 기능으로 인해 여름철에는 외부에서 내부로 들어오는 열을 차단하고, 겨울철에는 저방사 기능으로 인해 내부에서 외부로 방출되는 열을 차단하는 기능이 뛰어 납니다. 저희 Low-E 단열재는 알루미늄 표면의 저방사율을 유지할 수 있는 특수 박막코팅이 돼있어서 알루미늄 표면이 복사열을 방출하지도 흡수하지도 않는 특성을 발휘하면서, 시멘트나 유해가스에 대한 내부식 기능이 우수하죠.”
이처럼 어렵게 개발한 제품도 시장진입이 쉽지 않았다. 특히 기존 시장은 대기업들이 움켜쥐고 있어서 지방의 한 중소기업이 제품을 내 놓이기에는 녹녹치 않았다.
“기존의 단열재 시장은 대기업의 손안에서 움직이고 있는 게 오늘의 현실입니다. 저희 같은 중소기업은 영업적 측면에서 대기업의 엄청난 조직력에 밀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저희가 워낙 뛰어난 제품을 개발하니까 대기업에서도 관심이 높습니다. 현대건설기술연구소와는 저희 제품을 가지고 고효율 외벽단열시스템을 공동연구하고 있고, 한화건설기술연구소에서는 경기도 남양주시 별내지구 공사현장을 모델로 시공성 및 원가 등을 비교·검토한 보고서가 이미 그룹 본사에 보고 됐다고 합니다. 공공연구기관 및 민간기술연구소의 검증을 거쳐 머지않아 공동주택에도 로이 단열재가 고효율단열재로 자리매김하리라고 봅니다.”
내년엔 해외수출, 본격 추진할 것
Low-E 단열재는 2009년, 국내특허 등록을 한 후, 올 2월에는 국제특허출원을 하였다. 이와 함께 현재 국내에서도 인지도가 높아지고 있어 송대표는 국내박람회 뿐 아니라 해외 박람회 참가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한다.
▲ 지난달 1일,‘2010 녹색건설산업대상전’자재/설비 부문에서 우수상을 수상한 송정곤 대표. ⓒ대한뉴스
특히 올 10월에 열리는 국제비지니스컨벤션 ‘한상대회’를 벼르고 있다. 한상대회는 세계 각지에서 성공한 재외동포 경제인들과 국내기업인들이 자율적으로 참여하는 상생의 글로벌 네트워크이기 때문이다.
송대표는 '한상대회'를 계기로 제품수출 뿐 아니라 생산 시스템 자체를 수출할 계획이라 한다.
“기존단열재에 비해 부피를 대폭 줄였음에도 불구하고 부피가 크다보니 컨테이너에 들어갈 수 있는 양은 한정돼 있으니까, 생산 시스템과 1차 가공된 원부자재를 나눠 함께 수출하고자 합니다. 시스템 수출은 지속적인 원부자재수출의 발판이 됩니다. 그래야 수출물량도 늘고 지속적인 수익도 올릴 수 있을 테니까요.”
송대표는 Low-E 단열재를 농업분야에도 적용할 생각을 갖고 있다. Low-E 단열재를 적용하면 농민들에게 농업의 효율성을 가져다 줄 뿐 아니라 에너지 절감을 통해 보다 나은 수익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건축분야 못지않게 농업분야도 시장이 매우 큽니다. 요즘 농작물은 비닐하우스에서 4계절 내내 작물을 재배해 유통하고 있으며 특히 겨울철 에너지비용을 줄이기 위해 일부 농가에서는 3중 하우스를 적용하여 에너지비용을 줄이고 있는 실정입니다. 저는 여기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죠.”
농민들에게는 농업용으로 면세유가 지급된다. 하지만 면세유도 가격이 올라 부담이 큰 게 오늘의 현실이다. 송대표는 ‘지난해부터 회사 내에 시험용 비닐하우스를 지어 연구 중’이라며 일부 시험 중인 사업을 농촌현장에 무상으로 지원함으로 실질적으로 현장에서의 문제들을 바로바로 습득하고 개선해 가며 농업용 제품을 개발 중 이라고 한다.
Low-E 단열재의 효능은 이 뿐만이 아니다. 그것은 방음 및 전자파 차단, 수맥 차단 등에도 효과가 있다는 것.
송대표는 “공공연구기관에서 사용 중인 3억~7억에 가까운 열관류율측정장비를 구입하기 어려웠던 시절, 열관류율측정장비를 자체 제작해 실험해 오던 중, 우연히 알루미늄필름으로 밀폐된 실험실에 들어가면 전자파가 차단돼 휴대폰이 터지지 않는 다는 걸 알게 됐다”고 한다. 즉, Low-E 단열재는 알루미늄박판으로 인해 전자파가 차단됨으로써 단열과 방음뿐 아니라 동시에 유해 전자파 차단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제 Low-E 단열재는 국내시장에 어느 정도 알려진 상품으로 정착됐다. 하지만 송대표에게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 특히 지역 업체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갖추어야 할 조건도 많다.
“지역의 특화된 사업으로 자동차, 섬유, IT분야 등이 주류를 이룹니다. 단열재가 인정받는 기업이 없다는 게 참 아쉬워요. 그래서 경산시에서 단열재 특화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먼저 최고의 단열재 기업이 되도록 노력 할 겁니다.”
‘일하는 게 취미’라는 송정곤 대표는 “일을 즐겨야만 좋은 결과가 나온다”고 철석같이 믿고 있다. 그래서일까? 일신산업이 생산한 Low-E 단열재는 그 진가를 알아본 기업들의 주문이 끊임없이 밀려들고 있단다.
단열을 통해 건축물의 에너지효율을 높이는 일은 에너지를 개발하는 것보다 훨씬 쉽다. 보다 적은 투자비용으로 효율을 높일 수 있으니 말이다. 이 같은 추세라면 조만간 일신산업이 개발한 Low-E 단열재가 지구촌 곳곳에서 볼 수 있는 날이 올 날도 멀지 않은 것 같다.
서선희, 황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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