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뉴스=이윤성 기자] “제 연구의 원동력은 꾸준함입니다. 천문학에 관심 많았던 아마추어였지만 우연히 들어간 생물학 연구실에서 트레이닝을 받으며 저의 꾸준함이 자신감으로 발전했고, 이는 제 역량이 되어 결과가 만들어졌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만족감을 느끼며 연구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마이크로RNA(miRNA)’ 발견과 유전자 제어 역할을 규명한 공로를 인정받아 2024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빅터 앰브로스 미국 매사추세츠 의대 교수가 한국 학생들을 만나기 위해 방한했다.
일 최종현학술원(이사장 최태원 SK 회장)은 서울 강남구 한국고등교육재단빌딩에서 고등학생, 대학생 및 대학원생 200여 명을 대상으로 빅터 앰브로스 교수의 초청 강연을 열었다고 밝혔다. ‘동물 발달을 제어하는 유전자와 분자 메커니즘 (Genes and Molecular Mechanisms Controlling Animal Development)’을 주제로 한 이번 강연에서는 한국을 대표하는 생명과학자인 이준호 서울대 교수가 사회자로 참여하여 앰브로스 교수의 연구 업적과 성장 과정, 마이크로RNA의 진화적 의미와 생명과학 분야의 도전과제를 공유하는 자리를 가졌다.
빅터 앰브로스 교수는 1993년 예쁜꼬마선충(C. elegans)에서 마이크로RNA를 처음 발견하며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그의 연구를 기반으로 선충뿐만 아니라 인간을 비롯한 많은 동물에서 마이크로RNA가 세포 발생, 생장, 노화 등 생명 현상과 관련된 유전자 발현 조절에 관여한다는 것이 밝혀졌고, 2024년 노벨위원회는 “마이크로RNA 발견은 유전자 발현에 대한 연구 패러다임을 바꿨다”고 생리의학상 수상자 선정 배경을 밝힌 바 있다. 과학계에선 유전자 발현을 억제하는 마이크로RNA 기능이 암세포 증식, 면역 반응 등 여러 질병 관련 기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에 착안하여, 이를 활용한 치료법 개발에 활발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김유석 최종현학술원 겸 한국고등교육재단 대표는 개회사에서 “최종현학술원과 뿌리를 공유하는 한국고등교육재단은 ‘The Way to Stockholm’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의 우수한 학생들이 노벨상 시상식 주간을 현장에서 체험하고, 세계 최고 석학들의 업적과 자세를 탐구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며 “최종현학술원에서는 오늘과 같은 자리를 통해 차세대 리더들이 세계 지성들과 직접 교류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 “유전자 발현 연구의 패러다임 바꾼 마이크로RNA, 질병 치료법 개발에 혁신적 가능성 제시할 것”
앰브로스 교수는 강연을 통해 예쁜꼬마선충(C. elegans) 연구를 통한 발달 조절 유전자의 발견, lin-4와 lin-14 유전자의 기능 규명, 최초의 마이크로RNA인 lin-4 발견 등 그간의 연구 업적을 설명했다.
특히, 앰브로스 교수는 동물 진화에서 오래된 역사를 갖고 다양한 생물학적 과정에 관여하는 마이크로RNA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마이크로RNA는 RNA와 달리 단백질을 암호화하지 않고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그는 유전자가 단순히 DNA에 지시받는 것이 아니라 마이크로RNA와 같은 작은 RNA 조각들에 의해 조절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마이크로RNA의 크기는 매우 작지만 동식물 기관의 형성, 생명체 탄생과 성장, 면역, 신경계 발달 등 생명 현상 전반에 결정적 작용을 한다.
앰브로스 교수는 “마이크로RNA를 활용하면 질병 원인 유전자를 인위적으로 제어할 수 있기 때문에 질병 치료법 개발에 혁신적인 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이크로RNA의 비정상적 조절은 암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마이크로RNA에 돌연변이가 발생할 경우 신경발달의 지연과 같은 선천성 난청, 안구 이상, 골격 장애 등 치명적 질병의 원인이 된다. 그는 “마이크로RNA의 정밀한 조절 과정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세포는 비정상적으로 작동하게 되고 이는 다양한 질병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 아직 알려지지 않은 많은 것들에 대한 탐구 격려 “과학적 접근법을 일상생활에 적용하고, 호기심 감각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
앰브로스 교수는 학생들에게 아직 알려지지 않은 많은 것들에 대한 탐구를 격려했다. 그는 “과학을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인간의 본능”이라며 “모든 아이들은 호기심을 통해 실험하고, 한계를 시험하여 세상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배운다”고 말했다. 앰브로스 교수는 미국 버몬트주의 한 농장에서 자라며 개기일식 직전이나 직후에 발견되는 음영대를 관찰한 결과를 과학저널에 처음 소개했던 아마추어 천문학자 시절을 언급했다. 그는 “전문 과학자가 되기 위해 데이비드 볼티모어 교수(1975년 노벨 생리의학상)의 지도를 받고, 로버트 호비츠 교수(2002년 노벨 생리의학상)의 연구실에서 박사후 연구원(포스트닥터)로 있으며 다양한 기회와 경로를 통해 교육을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앰브로스 교수는 “과학은 국제적인 학문”이라며 “현재 한국을 포함한 8개국에서 온 연구원들이 자신의 실험실에서 연구 활동을 하고 있으며, 실험실에서는 모든 유형의 성격과 삶의 경험, 사고방식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과학적 접근법을 일상생활에 적용할 것을 학생들에게 당부했다. 그는 “연구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태도는 한계에 부딪혔을 때, 동료들과 적극적으로 토론하거나 교수진을 포함한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얻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라고 학생들의 질문에 답했다. 또, 그는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확인, 비판적으로 증거를 평가, 자신의 가정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을 강조하는 한편, 세상에 대한 호기심 감각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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