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자신이기를 그만두는 것보다 더 굉장한 휴가가 있을까?"
아멜리 노통브의 61번째 소설, 『왕자의 특권』은 작가의 독특한 발상에서 시작된다. 평범한 한 남자가 몇 초만에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을만한 미녀와 결혼한 부자가 돼, 아내가 따라주는 차가운 샴페인을 즐긴다는 이번 작품은 '거지와 왕자'를 떠올리게 되는 스토리라인에, 노통브 특유의 독특한 코미디과 탐정소 분위기가 가미됐다.
그러나 이 낯선자가 한 순간 인생이 바뀌었다는 것. 자신의 인생을 남과 맞바꾸는 것이 단순한 일탈이나 휴가가 될 수 있을까? 작가는 질문에 대한 명쾌한 해답을 주지 않은채 소설을 끝내버린다.
"구원의 가능성이 있다고 믿는 한, 신경이 곤두서고 불안하다. 출구가 없다는 걸 이해하면 오히려 마음이 차분해지고 기분도 유쾌해진다. 파국이 머지 않았으니 삶을 즐겨야한다."
노통브의 경쾌한 문장 속에는 숨겨진 의미들이 난무한다. 이에 독자들은 작품 속 매력에 마음을 사로잡히지만 정작 그 이면의 담긴 의미를 해석하기는 힘들다. 결국, 왕자의 특권이란 무엇인가? 말 그대로 절대적인 권력이다. 집과 은행 사이에 지하 터널을 뚥고 필요할 때마다 돈을 꺼내올 수 있는 특권, 돈으로 현대 미술의 가치를 쥐락펴락하는 특권, 어마어마한 빚을 지고도 호화로운 생활을 계속하는 사기꾼의 특권, 최근 세계적인 은행들의 행태에서 보듯이 공적 자금이 파산해도 개인은 책임을 질 필요가 없는 특권이다.
소설속에서나 가능한 이야기라 푹빠져 읽고 넘어가기 십상이나 그안에 작가의 답이 존재한다. 그것은 다른 인생, 혹은 더 나은 운명을 꿈꿀 수 있는 가능성이다. 작가는 독자들을 위해 그런 가능성의 문을 활짝 열어둔것이다.
그녀의 소설들은 다양하지만 그 안에는 언제나 천재의 예리함이 담겨 있다. 바로 이것이 노통브라는 작가의 부인할 수 없는 독창성을 결정짓는 점이다. 또한 그녀의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 역시 독자에게는 기분 좋은 두통으로 다가올 것이다.
한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