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고속철도공사의 최초 선진기법 적용
고속철도공사는 일반 건설공사와는 달리 토목, 궤도 역사, 공작창, 기기설치, 전기, 통신, 신호, 철도차량 등이 종합적으로 연계된 복합 프로젝트의 개념으로 이해하고, 발주자 설계자 건설사는 일심동체가 되어 공사에 임하여야 한다. 공사의 특성상, 사업기획, 타당성조사, 설계 등의 업무, 즉 Pre-Construction 단계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대표적인 Program Management 형태이다.
고속철도공사는 대부분이 중장기계획에 의해 추진되는 국가기간산업으로 공사추진의 차질은 막대한 공사비용 증가는 물론, 그것으로 파생되는 추가비용 부담은 예상한 것보다 훨씬 크다. 이라크 정부는 당시 내외적으로 경제 여건이 어려운 가운데도 국가의 각 기관 간의 긴밀한 협조체제를 구축하여 강력한 건설지원을 아끼지 않은 결과, 계획공사기간 내에 무사히 대규모의 공사를 사업비 내에서 성공리에 완성할 수 있었다, 즉 고속철도공사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동원단계에서의 철저한 준비로 전반적인 공사에 대한 이해도가 균형을 이루어야만 사업의 소기목적이 달성될 수 있다.
이라크 고속철도건설 기간이 사업규모에 비해서 짧았기 때문에 건설초기부터 공종간 FASTTRACK 기법을 적용, 설계에서부터 시공-시운전-유지관리 전 과정에 걸쳐 PERT/CPM기법과 TIME DISRTASNCE 기법 등 공정관리기법을 최대한 연계하여 자원투입의 최적화(JIT), 공법 및 기술개발을 통한 고품질확보, 공기단축 등으로 인한 공사원가를 절감하였다. 이라크 정부 역시 고속철도망 구축에 있어서 세계 강대국대열에 진입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에 의거하여 정책 사업으로 추진하였고 또한 설계사와 건설사도 이에 부응하여 과감히 특수공법을 개발, 현장에 적용함으로서 기술의 선진화를 이룩하였고, 그 결과 공사참여자 모두에게 이익을 주는 만족한 결과를 주었다. 이 사업에 참여한 한국건설사들은 세계에서 몇 안 되는 고속철도관련 기술보유회사가 되었고 많은 기술적 노하우를 축적하였다.
2. 건설 협력체계 구축
KBH고속철도공사는 건설사업참여 조직간 즉 발주자, 엔지니어링사인 설계사, 건설콘소시움 즉 합동사무소간의 갑·을·병 관계가 아닌 횡적으로 대등한 협력관계가 얼마나 성공적인 사업수행에 중요한가를 보여주는 단면이고, 합동사무소 중심으로 일치단결하여 건설사업관리방식을 선택하게 된 것이 프로젝트를 성공리에 완수한 좋은 계기가 되었다, 왜 이라크고속철도는 공사수행의 긴밀한 협조체계구축이 가능했을까? 이는 정책적인 측면도 있겠지만 놀라운 것은 발주처인 철도공단의 구성원을 살펴보면 단장을 비롯하여 전 조직원이 90% 이상이 CIVIL ENGINEER이어서 기술과 행정이 정치 논리에 영향을 받지 않고 수행되었다는 점이다.
철도공사는 일반공사의 개념과는 달리 긴 노선상에서 이루어지는 공사이자 협소한 공간에서 복합공정이 동시다발로 일어나기 때문에 철저한 사업관리가 요구되며, 토목공사인 하부공사의 품질이 상부공사인 궤도공사, 신호, 통신체계 등 후행공정에 크게 영향을 미치므로 시방서상에서 요구하는 사항을 반드시 준수해야 한다. 그러므로 건설사는 철저한 공정관리로 시공효율을 높여야 하며 품질요구사항을 철저히 지켜 하자로 인한 재시공으로 후행공정에 영향을 주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발주자와 설계사도 철도공사 특성상 발생되는 시공사의 고충을 이해하고 동반자의 입장에서 관리하고 협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3. KBH 고속철도 준공과 제2 고속철도 건설계획
1970년대 1980년대는 한국 건설인들은 도전의식이 강했고 건설에 대한 경제발전의 원천으로서 사회인식도가 매우 높았던 시기였다. 하지만 해방 후 일반철도공사의 신규발주가 거의 없는 시절이었는데, 우리 건설업체가 생전 듣지도 보지도 못한 고속철도공사를 국내도 아닌 해외에서 처음으로 건설하는지라 모든 참여기술자는 기대반 우려반으로 건설에 참여하였다. 특히 초정밀도를 요구하는 궤도공사를 수행키 위해 우리 기술진들은 선진 외국사들이 공사하고 있는 세계 곳곳의 철도현장을 방문하면서 공사자료를 습득하는 해야만 했고, 외국철도서적과 규정집을 연구하여 종합건설계획을 수립하여 시행한 결과, 1987년 9월 30일 세계지도를 바꿔놓는 세기적인 고속철도공사를 예비준공(PHO)하였으며 그 공사의 품질은 1990년초 중동 전쟁때 그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하여 그 많은 전쟁물자를 완벽하게 수송함으로써 이라크가 승리하였다. 이로 인해 미국으로부터도 한국건설회사의 선진 고속철도기술을 인정받았다.
당시 국내는 고속철도경험이 전혀 없어 공사수행을 고민하던 과정에서 최고경영진의 지시로 1984년 6월 22일 이라크 철도현장에 투입된 본인은 Track(궤도)공구장을 거쳐 현대총괄소장으로 토목, 건축, 기전을 통괄하였고 이어 3사 합동사무소 소장으로 근무하여 1987년 9월에 예비준공(PHO)을 받고 1990년 완공(FHO)하였다.
1990년 이라크 정부는 베이지-바그다드-바슬라를 잇는 남부고속철도를 야심 차게 발주하였다, 남부철도는 5구간으로 총 602km 나누어졌다. 1구간 (바그다드서 쿠트간) 160km, 2구간 (쿠트에서 하시리야간) 175km, 3구간 (하시리야-바스라간) 150km, 4구간 (바스라-움콰스르간) 57km, 5구간 (바그다드 LOOP LINE & South West Complex) 60km 등으로 계획되어 있었다. 이라크정부는 북부고속철도의 한국 건설회사의 공사품질 우수성을 인정하여 남부고속철도의 입찰에 초청하였다, 현대건설은 20억불 이상인 남부고속철도공사의 수주에 총력을 기하였고, 본인 역시 본사팀과 노선 현장에서 합류하였다. 이라크 철도청과 공사를 협의하던 중, 생각지도 않은 이라크-쿠웨이트 전쟁이 터져 빗발친 미사일 포화 속에서 북부고속철도 현장을 지켜야 하였다. 소련 북방개발 프로그램에 합류하라는 경영층의 긴급지시로 만 6년 동안 근무하였던 이라크를 떠나 1990년 6월 21일 귀국하였다.
4. 이라크 고속철도가 남긴 것
사업기간이 9년이고 순 공사기간이 7년인 이라크 KBH 고속철도공사는 내적 외적으로 교훈과 추억을 남겼다.
첫째, 한국은 선진국과 달리 건설수행 구조상 후진국과 다름없어, 대형 건설사는 해외에서는 원청자인 EPC 회사이지만 국내에서는 원청자인 정부산하 공사/공단의 하도급자이다. 통상 하도급이라는 불리는 전문건설업체는 하-하도급인 셈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국가제도를 정비하여, 공사/공단과 대형건설회사는 EPCM 주체로서 프로젝트를 수행하도록 하고, 중소기업은 설계, 시공, 유지보수 등을 담당케 하는 '건설업역의 3단계 역할분담'을 조속히 시행해야 한다. 즉 현재 국내 건설산업은 정부-공사/공단-설계/원청사-하도사 등 다단계인 수행방식의 틀을 벗어나 발주처–사업관리자 –계약자 등으로 건설업역의 3단계 역할분담을 제도화하여야 건설산업이 선진화될 수 있다.
둘째, 해외에서 전문분야 공사경험이 있는 우수한 기술자들을 정부기관이 특채하여 신규건설공사에 적극 투입 활용하여야 한다. 중국의 경우 이라크에 근무한 기술진을 중앙정부 조직에 특채하여 세기적인 상해-북경간 100KM 고속철도공사를 서울-대전간 고속철도건설 공기나 비용으로 성공리에 완공하였다. 제조업은 기계가 생산 주체이지만 건설업은 사람의 두뇌가 관리 주체이므로, 건설의 조직이 어떻게 구성되느냐가 프로젝트 성공의 갈림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라 하겠다.
셋째, 아쉬웠던 점은 경부고속철도를 수행하기 위해 이라크에서 사용한 최신 철도장비를 국내로 반입하려 했으나 정부에서 새로 구매함으로써 고철로 팔아야 했던 뼈아픔을 가졌다. 흐뭇한 추억은 시행률이 100% 넘은 경험이 없는 공사를 90%대로 성공리에 완공했다는 것이고, 불행한 기억은 궤도공사 완공후 수차례 귀국을 본사에 강력히 요구하였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아 계속 근무할 수 밖에 없었다. 해외건설 역사상 한 현장에서 6년 근무한 것은 최고기록이었지만 가족과 만남은 단 60일뿐이어서 아직도 가족들에게 죄송할 뿐이다.
끝으로 이라크를 떠나면서 한국과 비슷한 북부지역의 뚜렷한 사계절과 아름다운 자연 풍경은 아직도 눈에 선하고, 특히 티그리스강과 유프라테스강 인근 지역을 잇는 문명의 발상지역과 구약성서에 나오는 많은 유적들을 답사한 보람은 매우 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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