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호 칼럼] 안동시, 도원경 속 봉정사(鳳停寺)
[김병호 칼럼] 안동시, 도원경 속 봉정사(鳳停寺)
  • 김병호 기자 kbh6007@hanmail.net
  • 승인 2022.12.25 20: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병호 논설주간
김병호 논설주간

설국(雪國)으로 변한 봉정사, 태고의 신비가 흐르는 고즈넉한 산사에 이름 모을 스님의 염불 소리가 천등산자락에 나지막하게 가라앉는다. 죽마고우 모습처럼 보고 싶던 천년 고찰 자태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소복하게 쌓인 눈 사이로 온갖 산새가 유세를 떨며 지저귀고 짓궂은 겨울바람 등쌀에 풍경 소리 요란하다. 어쩌다 이방인이 된 노 기자의 한스러움이 계곡을 메운다. 인생 살아보니 별것 없다더니 아쉬움이 천등산에 쌓인다.

초등학교 5학년 봄 소풍을 봉정사에 왔는데, 어머님이 막내아들 배고플까 봐 보자기에 돌돌 말아 싸준 양은도시락을 풀어서 뚜껑을 열어보니 얼마나 담고 또 담았는지 밥인지 떡인지 한참 먹어도 반도 먹지 못한 추억이 눈시울을 뜨겁게 한다.

오늘따라 작고하신 부모님이 몹시 그립다. 봉정사 대웅전 부처님 전에 백팔 배 불공을 드리던 어머님. 염원한 자식도 이제 만년(晩年)이 되어 흰 머리 성성한 채 만세루에 서서 남녘을 바라보니 정든 고향 산하가 희뿌옇게 아른거린다.

낙동강 황금 모래 쌓인 곳에 뒹굴며 알몸이 돼 강물에 멱 감던 그 시절이 주마등처럼 스쳐 간다. 세월 이기는 장사 없다더니 이제 부모님 옆으로 갈 시간이 조·석으로 다가오는 듯하다. 소나무 가지 위에 싸였던 눈이 떨어지자 앉았던 비둘기가 잽싸게 날아간다.

언젠가 노 기자도 저 비둘기처럼 잽싸게 날아갈 수 있으면 좋으련만 미련하게 앉아서 눈덩이를 맞고 있겠지, 인생도 봄이 오면 만물이 소생하듯 소생하면 얼마나 좋을까, 아서라 욕심이 화를 부른다고 사라질 때는 미련을 두지 말라던 선구자의 말이 떠오른다.

회자정리(會者定離) 만난 사람은 반드시 헤어진다는 말이다. 언제 다시 오게 될지 대웅전 모습은 조금씩 간격이 생긴다. 힘없이 내려가는 발걸음이 너무 무겁다. 반세기 만에 찾아왔던 도원경 속 봉정사 이제 일주문이 얼마 남지 않았다.

교편을 잡다가 지금은 퇴직하고 없을 노 기자의 첫사랑 연인과 일주문에 기대고 잠시 휴식을 취했던 모습이 신기루 되어 다가온다. 이육사님 청포도 시 구절처럼 청포도가 아닌 추억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 떠나는 스님같이 노 기자도 지향 없이 가고 싶다.

조금 내려오다 이름 모를 찻집에 들렀다. 생강차 비슷한데 한 모금 마셔보니 어찌 어머님이 감기 완쾌하라고 끓여주시던 그때 그 생강차 맛과 흡사한지 찻잔을 들고 가만히 있으니 주인으로 보이는 분이 “혹시 차 속에 이물질이 있느냐”며 황급히 쫓아 온다.

“마음이 아프고 그리움이 엄습해 와서 그렇다”고 했더니 “혹시 시 쓰는 분이냐”고 묻는다. 강원도 영월 청령포에 가면 어린 단종이 소나무에 올라가 한양을 그리워했다는 소나무가 지금도 있다. 노 기자도 아마 그 소나무를 본 느낌이겠지 밖을 나오니 불어오는 바람이 몹시 춥다.

 

종합지 대한뉴스(등록번호:서울가361호) 코리아뉴스(등록번호:강서라00189호) 시사매거진 2580(등록번호:서울다06981호) on-off line 을 모두 겸비한 종합 매체입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강서구 양천로 400-12 더리브골드타워 1225호
  • 대표전화 : 02-3789-9114, 02-734-3114
  • 팩스 : 02-778-6996
  • 종합일간지 제호 : 대한뉴스
  • 등록번호 : 서울 가 361호
  • 등록일자 : 2003-10-24
  • 인터넷신문 제호 : 대한뉴스(인터넷)
  • 인터넷 등록번호 : 서울 아 00618
  • 등록일자 : 2008-07-10
  • 발행일 : 2005-11-21
  • 발행인 : 대한뉴스신문(주) kim nam cyu
  • 편집인 : kim nam cyu
  • 논설주간 : 김병호
  • 청소년보호책임자 : 정미숙
  • Copyright © 2024 대한뉴스. All rights reserved. 보도자료 및 제보 : dhns@naver.com
  • 본지는 신문윤리강령 및 그 실천 요강을 준수하며, 제휴기사 등 일부 내용은 본지의 공식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인터넷신문위원회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