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뉴스=오화현 기자] 음주 후 얼굴이 빨개지는 남성이 술을 주(週) 14잔 이상 마시면 복부 비만 위험이 2.5배 높아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11일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KOFRUM)에 따르면 충남대 의학전문대학원 가정의학교실 김성수 교수팀이 한 대학병원 종합건강증진센터를 찾은 남성 1198명(평균 연령 49세)을 조사한 결과 이같이 드러났다. 이 연구결과(남성 음주자에서 안면홍조 유무에 따른 음주량과 비만과의 관계)는 ‘대한비만학회지’ 최근호에 소개됐다.
김 교수팀은 연구 대상자를 술을 마시면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는 남성과 음주 뒤에도 안색이 멀쩡한 남성으로 나눴다. 음주 뒤에도 얼굴에 홍조(紅潮)를 띄지 않는 남성의 수(486명)가 홍조를 보이는 남성(295명)보다 1.6배가량 많았다.
이 연구에서 주(週) 7∼14잔 미만 마시면서 음주 뒤 얼굴이 빨개지는 남성의 비만ㆍ복부(腹部) 비만 위험은 비(非)음주자보다 각각 2.1배 높았다. 술 마시면 얼굴빛이 붉게 물들지만 음주량이 많은(주 14잔 이상) 남성은 비만ㆍ복부 비만 위험(비음주자 대비)이 각각 2.2배ㆍ2.6배 높게 나타났다.
반면 술을 마셔도 얼굴빛이 그대로인 남성의 비만ㆍ복부 비만을 가질 위험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주 7∼14잔 미만 마시면서 음주 뒤 얼굴빛이 거의 변하지 않는 남성은 비만율에서 비음주자와 별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주 14잔 이상 마시는 남성에서만 비만 위험이 1.6배 높았다.
김 교수팀은 각자의 체중(㎏)을 키(m로 환산)의 제곱으로 나눈 값인 체질량지수(BMI, 비만의 척도)가 25 이상이면 비만, 남성의 허리둘레가 90㎝ 이상이면 복부 비만으로 판정됐다.
이어 김 교수팀은 논문에서 “술을 마시면 얼굴이 붉어지는 남성의 비만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은 이유는 명확하진 않다”며 “음주 뒤 얼굴이 붉어지는 사람은 ‘미크로좀 에탄올 산화계’(MEOS) 효소가 덜 활성화돼 알코올이 체내에 더 오래 남아 체중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풀이했다.
한편 지속적으로 술을 마시면 간에서 알코올의 독소를 분해하는 MEOS란 효소가 만들어진다. MEOS는 알코올분해효소(ADH)와 함께 알코올 분해를 촉진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교수팀은 “과음(주 14잔 초과)하면 음주 뒤 얼굴이 멀쩡한 남성도 비만율이 높아진다”며 “과음은 다이어트의 적(敵)이며, 특히 술 마신 뒤 얼굴빛이 금방 붉어진다면 음주량을 줄여야 살을 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음주 뒤 얼굴이 빨개지는 사람은 알코올 분해가 상대적으로 더디게 일어나므로 적정량의 음주를 하더라도 몸은 이미 과음 상태에 이르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이번 연구에선 주당(週當) 음주량이 14잔을 초과하는 과음 남성이 운동도 가장 등한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31.2%만이 주 3회 이상 규칙적으로 운동한다고 응답했다. 비(非)음주 남성, 주 7잔 이하 마시는 남성, 주 7∼14잔 이하 마시는 남성의 주당 3회 이상 운동 비율은 각각 42.4%, 42.3%, 41.9%로 엇비슷했다.
한편 미국 국립보건원(NIH) 산하 기관인 국립 알코올 남용과 중독연구소(NIAAA)는 남성의 적정 음주량을 주(週) 14잔 이하로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4월 대한가정의학회는 한국 남성의 적정 음주량은 주당 8잔 이하(음주 후 얼굴이 붉어지면 4잔 이하)로 설정했다. 여기서 1잔의 알코올 함량은 14g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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